NINYA

@ overture

純情과 順從

𝐍𝐢𝐬𝐡𝐢𝐧𝐚(ニシナ)

ⓒ가비님

- 나이 : 30(효월 6.0 기준)
- 성별 : Female
- 시스젠더
- 키 : 153cm
- 생일 : 그림자 2월 27일(4월 27일)
- WHM +α
- 주요 무기 : 신드리: 룩스
- 종족 : 아우라 렌
- 국적 : 동쪽 나라
- 특기 : 포커페이스, 가계 정리

 

🎨 외형정보

  • 눈색 : 투명한 색상의 오드아이. 왼쪽이 맑은 옥색, 오른쪽이 연한 하늘색. 가까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분이 가지 않아서, 보통은 그저 푸른 눈이라고 착각한다.
  • 피부색 : 밝은 톤. 렌족의 비늘 때문에 살짝 창백해 보인다.
  • 머리색 : 연분홍빛이 듬성듬성 섞인 연한 녹발.
  • 헤어스타일 : 한 쪽으로 올려 묶은 포니테일. 몇 가닥 땋아서 함께 올렸다. 올리는 방향은 보통 오른쪽이지만 정해진 건 아니며, 땋지 않고 아예 하나로 올려 묶기도 한다. 풀면 날개뼈를 살짝 덮는 기장.
  • 체형 : 팔다리가 길고 늘씬하게 빠져 말라보이지만, 근육이 붙어 제법 단단하다.
  • 웃고 있지 않으면 냉랭해보인다. 얼굴 선이 날렵하고 전체적인 선이 가늘어서 예민한 인상.
  • 본래 눈, 머리 색은 지금보다 진했지만 빛을 흡수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색이 약간 빠졌다. 건강에는 아무 지장 없음.
  • 등 전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거대한 자상 흉터가 있다. 아우라족의 재생능력으로도 커버되지 못한 크기.

 

💚 성격과 행동

● 성격

솔직하고 현실적인 성격. 감정 고저의 폭이 크지 않으며 절제에 능하다. 어지간해서는 외부 자극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낯을 가려서 초면에 대화를 나눠보기 전까지는 차가운 인상을 받기 쉽지만, 말투는 차분하고 부드러워 오래 가지 않는다. 다만 사람에 따라 태도가 크게 갈리고, 무례한 사람에게는 매우 거만하고 고압적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상대의 악의를 느끼지 않는 이상 항상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행동한다.

행동하는 가장 큰 동기 : 이익, 효율. 그리고 그런 거 상관 없이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

 

습관이나 버릇

- 감정의 절제가 습관화 되어서 격한 감정은 일단 한 번 억누르고 본다. 스스로는 나름 솔직하게 표현해 왔다고는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이 선을 그은 범위 내에서만 한정되어있다. 무의식적으로 ‘이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

 

● 말투와 목소리

- 사용하는 언어 : 공용어, 동쪽 나라 언어(모국어) / 동방 출신 인물들과 단독으로 조우할 때는 모국어로 대화한다.
- 매우 차분한 톤으로, 평소에는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구사하는 언어 수준은 제법 높은 편. 모국어로 이야기할 때는 완벽한 상류층 말투를 사용한다.
    기본 말투는 온화하지만, 목소리가 가늘고 톤이 조금 높아서 감정이 들어가면 예민하게 들리기도. 

- 목소리 CV.하야시바라 메구미(클릭)

 

● 비밀

-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름은 스스로 붙인 가명이다. 본명은 미에. 쿠가네에 본점을 두고 있는 어느 보석상 일가의 장녀. 사실 신생 축하연 사태 당시까지만 꽁꽁 감췄지, 창천 이후부터는 딱히 신경 써서 감춘 비밀은 아니다. 이후에는 솔직히 말할 필요성을 딱히 못 느껴서 현재까지도 말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동료들에게 말한 적 없으며, 동료들 역시 그저 이름 때문에 막연히 동방 출신이겠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기타
- 좋아하는 것 : 휴식, 조용한 곳, 개인 시간
- 싫어하는 것 : 시끄러움, 말 많은 사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나 대상(단, 본인이 통제가 필요하다 판단할 때를 한해서. 아무래도 좋을 타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음.)
- 성욕과 애정은 별개로 작용한다는 주의. 다만 사람 보는 눈은 상당히 까다롭다.

 

🖋️ 여정

▶신생 전 / 미에(美江), 출가 전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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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드 대륙의 어느 계곡지대에서부터 여행길에 나선 아우라 렌족 부부가 있었다.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머나먼 동쪽 나라로 향하는 이들이었다. 여행길 도중 부부는 어느 강 변두리에 자리잡은 마을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다. 푸르른 대지와도 같은 녹빛과 하늘의 색을 머금은, 단 하나 뿐인 소중한 생명이었다. 부부는 아이에게 여명의 아버지의 축복이 내리길 기원하며 강에 담가 그들만의 축복을 내리고, 이름을 ‘미에’라 지었다. 동쪽에 터를 잡으면 그곳에 어울리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축복을 기원하며 기도한 강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아이에게 전하고 싶었기에.

오래 가지 않아 부부는 쿠가네에 가게를 차리며 정착한다. 눈총을 사기도 했으나 그들은 굴하지 않았다. 그들은 고향에서도 뛰어난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었으며 만져보지 못한 돌이 없을 정도로 광물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여러 번 저렴하게 의뢰를 받아주며 이름을 알리자 쿠가네 상점가 변두리에 자리를 잡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쿠하루>는 매우 작은 가게였으나 드물게도 양심있는 장사와 높은 품질로 삽시간에 지명도를 올린다. 토착민들의 장신구부터 시작하여 상업 도구용 광물, 모험가나 무사들을 위한 장신구까지 매우 폭넓은 상품들을 취급할 수 있는 실력 덕분이었다. 불과 4년 만에 상점가에서 살아나다 못해 날개를 펼친 부부는 ‘호우잔’이라는 성씨를 붙였다. 보석상에게는 이만한 이름이 없었다.

미에는 그런 부부 아래에서 착실히 성장했다. 다섯 살 무렵 홍옥해를 건너온 얀샤 난민 틈새에서 거둔 갓난아이가 그 곁에 있었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도 아이의 부모를 찾을 수 없었기에, 딱하게 여긴 부모가 거두어 준 것이었다. 자신이나 부모와는 다르게 뿔도, 비늘도, 꼬리도 없는 동생이 생겼다.

미에는 8살 무렵부터 예절을 비롯한 기초 교육부터, 가게를 이어 받기 위한 후계자 교육을 함께받았다. 예절은 곧 에오르제아로 치면 이슈가르드 귀족에 상응하는 고급 교육이었다. 그들이 상대하는 고객의 폭이 넓은 만큼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그 외에도 광물을 보는 법, 채취한 원석을 구분하고 채취와 세공 시기를 구분하는 법, 고객을 대하는 법…가게를 이어받기 위한 지식을 미에는 착실하게 흡수했다. 아니, 오히려 야욕이 넘쳐 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정도였다. 이 새침한 소녀는 평소에도 밖에 나가기보다는 저택에 앉아 거리를 내다볼 뿐 또래와는 쉽게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이따금 외출할 때에도 타지의 문물이나 새로운 상품에만 눈길을 주었을 뿐이었다. 동생과 함께 교육을 받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그나마 조금 누그러진 듯 보였으나, 여전히 배움의 의욕이 더 컸다.

그렇게 잔잔한 성장을 이루던 남매에게 에오르제아라는 새 터는 큰 이변이었다.

창업 초기부터 긴 인연을 이어오던 울다하 거래처로부터 분점에 대한 이야기가 최초로 나왔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고 원한다면 이주 역시 가능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부 아래 나고 자란 탓에 남매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숙고하고 준비한 끝에 아버지인 호우잔 아바르와 미에가 먼저 에오르제아로 건너가기로 결정한다. 울다하에 준비는 마쳐두었으므로 정착 생활을 이어가다 가닥이 잡히면 가족이 모두 이주할 계획이었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그러나 울다하에 처음으로 건너온 미에의 속은 한없이 불편했다.

쿠가네에서 살 때만 해도 텃세는 숨쉬듯 당연한 일이었다. <유쿠하루>의 규모나 상점가 내의 비중이 확대되자 그런 일은 꽤 줄었으나, 상점가 장사꾼들 사이에서 미묘한 신경전과 기싸움은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울다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곳은 그들의 입지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새로운 정착지였다. 더군다나 당시에만 해도 아우라 렌족이 소수였던 에오르제아에서는 그들을 대놓고 괄시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차별어린 시선과 태도가 기꺼울 리가 없었고, 덕분에 미에의 울다하에 대한 첫인상은 실로 최악이었다. 와중에도 정착은 어느 정도 착실하게 진행되어 어머니와 동생 코헤이까지 전부 건너왔을 무렵, 제7재해가 터진다. 최악 중 최악의 전개였다.

상인들 사이에서 도는 소문은 매우 빨랐기에 가족들은 본격적인 전쟁과 재해가 발생하기 전 빠르게 쿠가네로 몸을 피했고,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제7재해 이후 폐허가 된 에오르제아를 돕고자 다시 건너왔을 무렵, 피폐해진 울다하의 국민들 사이에서 난민으로 오해를 사는 갈등이 발생한다. 아이들을 데리고서 다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부부는 결국 울다하를 떠나 림사 로민사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부부는 어렵게 정착하면서도 복구 사업을 돕기 위해 그간 거래했던 상인들과 거래처들을 수도 없이 만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미에와 코헤이는 쿠가네의 가게에 대한 소식을 정리하고, 관리하며 부모를 돕고 있었다.

혼담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그 무렵 찾아온다.

재해의 여파로 인해 상권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크게 요동치던 시기였다. 집안 간 혼인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정착을 이룰 수 있는 건 사실이었기에 당시에만 해도 정략 결혼을 통해 회복을 도모하는 경우는 꽤나 흔한 편이었다. 호우잔 집안에도 비슷한 혼담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에오르제아 내의 주요 상권이었던 울다하에서 입지를 잃다시피 한 호우잔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기도 했다. 비슷한 집안끼리 오가는 법이라고, 혼담 제안을 준 집안 역시도 주요 도시국가 사이에서 좋은 입지를 잃어 크고 작은 손해를 본 입장이었다. 자녀들의 나이가 어려 약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되 서두르지 말자는 입장은 양 집안 모두 입장이 같았다.

다만 제안을 받은 당사자, 미에는 생각보다도 곤란한 입장이 되었다. 혼인 할 나이도 아니었지만 약혼을 하자는 제안도 썩 달갑지 않았던 탓이다.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가계를 이어받을 것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그를 위한 교육과 준비는 기꺼이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그 준비에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이 정하고 걸어온 미래에 듣도 보도 못한, 가치 조차 없는 발판이 끼어든 것 같았다.

재해 이후 야박해진 인심은 이미 울다하에서 염증이 날 정도로 겪었고, 안 그래도 ‘집안을 위해’ 타향 살이를 견뎌오던 미에에게 미지의 약혼자란 거북한 존재가 하나 더 추가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받아들이고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고민하다가도 인생을 수단으로 거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래, 싫었다.

 

능력으로 인정받으리라 믿었던 길에 인생의 어떤 선택을 수단으로 거는 것이 싫었다. 누군지도 모를 인간과의 인연으로 그게 결정되는 것도 싫었다.

그건 자존심이 끝내 허락하지 못할 일이었고, 훗날 성장을 거쳐 자리잡을 독립성의 명백한 신호였다.
결국 깨닫느라 골몰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전 결정을 먼저 내렸다.

미에는 그토록 몰두했던 <유쿠하루>의 후계 자리를 포기했다. 그것도 아주 파격적인 방식으로.

‘유학이라도 하고 돌아올게. 언제 돌아올지는 내 마음이야.’

자신이 바라보고 있던 세계가 너무나 비좁았다. 오로지 가게를 이어 받겠다는 일념 아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다 보니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온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고 무엇을 원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에오르제아에 이르러서는 더더욱. 답답함과 고이고 고인 염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보다 다른 환경에 스스로를 던져보기로 했다. 기왕 탈출을 감행할 거라면 좀 더 대담하게 저지르고 싶었다.

정한 이상 후회도 후진도 없다.

두렵냐는 물음조차도 당시의 미에에게는 도발로 다가올 만큼, 그는 탈출에 목이 말라 있었다.

당연히 가족들은 아연해져서 말리기에 바빴다. 혼담이 문제였다면 거절해도 괜찮다는 회유에서부터 재해 직후라 너무 위험하다는 상식적인 제지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어느 정도 회복은 거쳤으나 후유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말이 유학이지, 미에의 말은 단순한 출가 선언이었기 때문에 맨 땅에 맨 몸으로 나서겠다는 귀한 딸을 말리지 않을 가족은 없었다.

그러나 미에는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뭣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느니 직접 돌아다녀보는 게 낫겠지. 여기는 모험가 길드에 등록하면 모험도 자유롭다며?’

상인으로써 사람을 상대하며 깨달은 사실은, 상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생각보다도 더 좁고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며 그들의 세계와 생태를 파악해왔다는 부분에서는 넓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식견이 작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상권’ 내에서였다.

딱히 모험을 갈망한 적은 없지만 굴레로부터 벗어나 맞이하는 자유는 어떠한 느낌일지 궁금해한 적은 있었다. 해소를 원하던 마음에 결혼은 그에 대한 기폭제로 작용하여 마침내 확고한 계기가 되어주었을 뿐. 덕분에 아무리 가족들이 설득해 보려 해도 당사자는 태연했다.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할게. 코헤이, 집안을 잘 부탁해.’

무엇을 해도 두렵지 않은 나이. 당돌함이 무기였던 소녀는 결국 짐을 둘러매고 집을 떠났다.

 

▶니시나, 출가 후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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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그렇게 하고 나왔지만 미에는 신분을 숨기고 행동할 심산이었다.

울다하 쪽으로는 가능한 가고싶지 않았고 림사 로민사는 해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뚜렷한 신분 없이는 비공정이나 배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에 미에가 택한 새 출발의 목적지는 돌고 돌아 그리다니아가 되었다. 이렇게 숨긴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기에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며칠을 꼬박 걷고 초코보 마차를 얻어탄 끝에, 그리다니아의 모험가 길드로 찾아가 뮨에게 내민 이름은 '니시나'. 이름 풀이로 따지면 이름으로도 성으로도 애매한 이름이었지만 그런 건 에오르제아에서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동방에서 통용되는 이름을 짓고자 한 것도 아니었으니. 애초에 ‘두 번째 이름’이라는 의미만 있다면 충분했으니.

누군가에게 제 본명을 알려줄 날이 올까?

사실 미에라는 이름도, 니시나라는 이름도 모두 자신의 진짜 이름이라 생각한다. 여행길에 오른 그의 발자취는 모두 니시나라는 이름으로 기록될 테니.

때문에 이제부터는 본명이 중요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언젠가는 지나가듯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까, 그렇게 여기기로 한다.

 

▶2.0~4.5 / 5.0 직전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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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출신, 건너와 살아온 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에오르제아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부족했다.

다만 니시나는 태생이 겁이 거의 없는 성격이기도 했고, 살아온 대부분을 자신감으로 점철하며 살아왔기에 새삼 두려울 것도 없었다. 원래도 욕심 하나로 독하게 후계자 교육을 받아왔다. 한 번 결심한 이상 집에 돌아갈 생각도, 손을 빌릴 생각도 없었다. 그저 더는 어깨와 허리를 꼿꼿이 피고 얼굴이 마비될 정도로 누군가를 보며 웃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즐거웠을 뿐. 무표정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평판이 쌓인다는 건 제법 신기한 경험이었다. 무지함에서 자라난 자신감과 도전 정신은 모험가의 성장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그는 당돌하게 달려나가 많은 것과 직접 부딪쳤다. 생각보다도 할만했다.

검은장막 숲에서 처음으로 이다와 파파리모를 만났을 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손에 이끌려 새벽의 혈맹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도 이 조직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실감하지는 못했으나, 각국을 오갈 수 있는 비공정을 자유롭게 탈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첫 번째 야만신을 토벌하고 돌아온 직후 불어오는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생각 이상으로 깊게 '세계'의 속사정에 파고들었음을 인정한다. 잠깐이나마 가족에게 기별을 보내고자 했던 고민도 제국군과 엮이기 시작하며 곱게 접었다. 그 순간조차도 니시나는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전 축하연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되고,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용머리 전진기지에 몸을 위탁하며 성도에 발을 들일 때까지도 한결같이 든 생각은 '억울함' 뿐이었다. 다소 오만했음을 인정하고 시야를 다잡았다. 보다 차분하게 바라보고 차분하게 판단했다.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정에 따른 결론에 동하지 않았다. 누르고 참아도 괜찮았다. 감정을 가다듬는 건 특기였으니까, 견딜 수 있었다. ……라고 생각했다. 바일사르 장성을 넘어선 어느 밤, 검은장막 숲의 상공에 또 다른 봉인구가 떠오르기 전까지는.

원치 않는 희생의 무게가 점점 쌓여만 갈 무렵, 한계에 가까워졌다고 느낀 순간에는 이미 많은 동료들이 쓰러진 뒤였다. 기억은 그 날의 검은장막 숲 이후 모두 희미하거나 다른 사람의 것마냥 어딘가 건조했다. 많은 것을 이루고 해냈다. 곁에 있는 이들의 기쁨, 슬픔, 분노에 함께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공허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어렴풋한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는 것조차 몰라 입밖으로 내지 못할 물음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이렇게 나아가기 위해 이 여정을 이어왔나. 이별과 희생의 무게를 동일시 할 수 있는가.

그 무게는 언젠가 가벼워지는가……

그 모든 것을, 내가 원했던가.

한계가 도래했음을 깨달은 건, 어느 말도 안 되는 재회를 거친 직후였다.

 

▶효월의 종언(6.0 이후)

  • 제노스와의 마지막 전투 이후, 천운에 의해 라그나로크로 이송되었다. 반송장에 가까울 정도로 처참한 상처들이 전신을 뒤덮고 있었다. 대다수는 회복기간을 거쳐 아물어갔으나, 완전히 박살난 한 쪽 뿔과 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자상은 회복까지 특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 뿔이 깨진 탓에 한동안 청각과 균형 감각에 장애가 생겨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시기가 있었고, 등의 부상도 심각했던 탓에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절대 안정을 취했다. 다행히 뿔은 순조롭게 회복했으나, 등의 상처는 그대로 거대한 흉터로 남았다. 본인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기색.
  • 해방전쟁 이후부터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았던 머리가 제법 길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카락을 예전처럼 짧게 자를까 고민했지만, 자르는 대신 높이 올려 묶었다. 항상 칼같이, 항상 단정하게 목 아래를 넘어본 적 없었지만, 단정하든 말든 이제 신경 쓸 이유도 없지 않나 싶었다. 그 길이를 넘어버린 지도 꽤 되었으므로.

 

💌 관계

▶ 호우잔(宝山)일가: 부친 아바르, 모친 비라, 형제 코헤이.

  • 호우잔 일가는 대단한 귀족 출신도 아니며 현재 대에서 성장하여 빠르게 부를 축적한 부호 집안이다. 부모는 계곡지대에서 나고 자랐으나 미에를 낳을 무렵 쿠가네로 이주하고 그들의 기술로 보석상 <유쿠하루>를 차려 빠르게 성장을 이루어낸다. 모험가부터 시작하여 귀족까지 다양한 구매층을 상대하며, 이에 맞춰 미에와 코헤이는 일반 손님부터 상류층까지의 시선에 맞추기 위한 후계교육을 받으며 성장해왔다. 출가 무렵에는 미에가 이미 교육과 동시에 가게를 보고 있었다.
  • 미에가 가명을 쓰며 에오르제아를 누비고 있다는 건 나나모 여왕 시해사건이 터진 뒤에야 알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니시나와 가족 서로가 서로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절연하다시피 연락을 끊고 지냈으며, 실질적으로 다시 편지로나마 안부를 전하기 시작한 건 알라미고 해방 이후의 일. 로로리토의 상회를 거쳐 선물이나 편지를 전달한다.
  • 일가의 ‘절제’를 미덕으로 삼은 교육 방침은 훗날 니시나의 성격과 성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 새벽의 혈맹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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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나라는 이름으로 맞이한 가장 소중한 사람들.

처음 검은장막 숲에서 파파리모와 이다를 통해 만났을 때만 해도 다소 경계하던 사이였으나, 민필리아의 수완과 온화한 독려에 경계를 풀고 기꺼이 일원이 된다. 실질적으로 니시나가 새벽을 받아들인 가장 큰 이유는 민필리아의 존재감과 추진력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자리는 매우 크다.

미숙하던 모험가 시절을 함께 걸으며 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새벽이라는 인연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다. 크게 내색하지 않을 뿐, 많은 일을 겪으며 형성된 믿음으로 기꺼이 등을 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들.

원치 않는 희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겨준 결정적인 인물은 파파리모. 바일사르 장성에서의 일을 겪은 직후 깊게 충격을 받았으며, 저보다 더한 충격을 받았을 리세의 곁에 머무르며 해방을 도왔다. 그 사이 스스로도 마모되어가고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한채로.

 

▶프레이(※암흑기사 50 퀘스트 스포일러)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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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환영은 '니시나'를 매우 싫어한다. 환영은 어리광이 심하고 고집스러우며, 그럼에도 자기자신을 규율에 꽉 묶어두고 힘에 굴복했다. 스스로의 본성을 억눌렀으나 시종일관 초조함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겁많은 존재. 영웅이 되지 못한 '미에'의 모습이다.

영웅이라 칭송받는 '니시나'라는 이름은 물론이고 그렇게 그를 칭하는 이들에 대해 거부감과 경계심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표독스럽고 예민하며,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가 돋친다. 그럼에도 '영웅의 환영'으로 명명되고 있으나, 타자가 그렇게 부르길 원치 않는다. 그 스스로는 본체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주장하며, 끈질기게 니시나를 '미에'라고만 부른다. 

본체는 환영의 회피, 도피성 속삭임이나 잔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무시하며, 환영은 끈질기게 원망을 퍼붓는다. 그럼에도 본체는 환영을 완전히 부정하지 않고 환영 역시 본체의 의사와 뜻을 따른다. 굳이 비유를 해야 한다면…질리도록 싸우는 형제 사이라고 보아도 좋을지 모르겠다.

 

그것은 주인 앞에서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타인에게는 경계와 함께 지극히 ‘미에’다운, 예의 바르고 가시돋친 모습을 연기한다. 따라서 상기 기록과 타자가 마주하는 환영의 모습은 큰 차이가 있다.

 

▶아르투아렐 드 포르탕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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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될 수 있었으나, 아무 것도 될 수 없었던 사람.
니시나의 이상형(외모)에 가까운 인물. 실제로 포르탕가에서 머무르는 동안 적잖게 가까운 사이였다.
다만 저택에 머무르는 그 짧은 사이, 성도와 엮인 수많은 사유를 근거로 성도와 포르탕가를 불편하게 여기기 시작한 니시나가 먼저 손을 놓는다. 관계가 어떠한 형태를 갖기도 전이었다.

그의 됨됨이를 떠나서, 그녀가 아르투아렐을 포기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이슈가르드'의 ‘귀족’이기 때문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사실이 불변하기 때문이다. 이 한 줄에는 성도의 과거부터 시작된 실로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표면적으로 모험가는 여전히 포르탕가의 맹우이지만 그 당주 개인과의 관계는 소원하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관계.

 

그라하 티아 (더보기 클릭시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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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타워 조사 당시, 처음 마주했을 때만 해도 모험가의 기억 속에서 ‘그라하 티아’라는 인물은 수많은 만남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은 인연이었으나, 빛이 범람한 어느 세계에서의 재회를 계기로 그 인연의 의미가 크게 뒤집혔다.
희생하려는 자는 신뢰할 수 없다. 오랜 경험을 토대로 체감한 것이다. 가깝든 그렇지 않은 자든 그를 밟고 올라서는 것을 기꺼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빛의 전사라는 이름은 그런 희생을 발판삼아 만들어졌고, 이름의 소유자는 이름의 높이만큼 마모되었다.
그렇기에 니시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었고 앞서게 될 미래에 불안감이 치밀었다. 그를 밟고 올라설 미래가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분노는 고스란히 그를 향했다. 아니, 어쩌면 그의 운명을 향해.
그의 의견이나 마음은 아무래도 좋았다.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는 비뚤어진 집착 뿐이었다. 그 비뚤어진 마음이 결국 그를 최선의 결말로 살려냈다. 그러나 동시에 집착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한 불신으로 남았다.

니시나는 그의 생존에 조용히 집착해왔고, 동시에 그의 희생을 경계하며 지독히도 증오했다. 강렬한 감정은 사랑과도 필적한다. 감히 확신하지 못한 건 그 본인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부정했으니까. 경험해 본 감정 중 가장 지독하고 새카만 것이었다. 상대에 대한 존중조차도 없는 감정을 사랑이라 가늠하긴 어렵다. 잠깐의 인내면 사라지리라 믿고 언제나처럼 스스로를 절제하고 통제해왔다.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은 건 어느 하늘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후였다. 이건 분명히 사랑이었다. 삶의 증명이 끊임없이 필요한, 그 삶의 통제권을 쥐고싶은 지배욕이자, 사랑.

한편, 그는 평생을 일족의 사명에 따른 길을 걸어왔다. 제 삶은 미래로 희망을 이어줄 약속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조형된 삶의 이유를 알고 싶었고, 알게 된 순간 그라하 티아는 온전히 사명과 인류의 희망을 위해 움직이는 자가 되었다. 그런 그가 모든 임무를 완수한 순간, 삶은 끝나는 대신 영웅의 곁으로 돌아왔다.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그럼에도 그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바칠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주고자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얻게 된 자유라 해도 괜찮았다. 자신의 목숨을 헛되이 하지 않은 모험가를 믿기에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고, 순종할 수 있다.


그리고 니시나는 정확히 그것을 요구했다.

어쩌면 기다려왔을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아는 모험가라면 결코 함부로 하지 않을 가치를 요구하고야 마는 것. 그 유일한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그라하 티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다.

동료라는 절대불변의 가치 아래에서 또 다른 이름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연인이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 비고

* MBTI - 안해봤지만 ISTJ

* 에고그램 테스트(BBACC) - 초연한 합리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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